급여명세서를 꼼꼼히 보는 직장인이라면 ‘통상임금’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 마주쳤을 거다. 연장근로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 연차미사용수당, 해고예고수당까지 — 법정수당 대부분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통상임금이 10만 원 차이 나면 한 달 야근수당이 수십만 원 달라질 수 있다.
통상임금 왜 이렇게 중요한 건가
그런데 통상임금에 뭐가 포함되고 뭐가 빠지는지, 회사마다 기준이 들쑥날쑥했다. 정기상여금은? 식대는? 교통비는? 이런 분쟁이 수십 년째 이어지다가 2024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
통상임금의 법적 정의 — 세 가지 요건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금액이다. 여기서 핵심 요건이 세 가지다.
- 소정근로의 대가성 —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는 근로의 대가여야 한다. 실제 근무 성과에 따라 달라지는 성과급은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 정기성 —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매월, 매 분기, 매년 등 정해진 주기가 있어야 한다
- 일률성 — 모든 근로자 또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2024년 대법원 판결 이전에는 여기에 ‘고정성’이라는 네 번째 요건이 추가로 요구됐다. 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준다는 조건이 붙으면 “고정적이지 않다”며 통상임금에서 빠졌던 거다. 이제 그 고정성 요건이 사라졌다.
202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핵심 변경사항
2024년 12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3다302838)은 노동법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결정이다. 11년 전인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세운 ‘고정성’ 기준을 뒤집었다.
통상임금 판단 기준 변화
기존 (2013년 판결)
소정근로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폐기)
변경 (2024년 판결)
소정근로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불요
이 판결의 핵심 논리는 이렇다. 재직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이라 하더라도,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당연히 충족할 조건이므로, 그런 조건이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 근속수당 등이 통상임금에 새로 포함될 수 있게 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폭탄이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법정수당 인상이다.
통상임금 포함 항목 vs 불포함 항목 — 구체적 정리
| 항목 | 통상임금 포함 여부 | 비고 |
|---|---|---|
| 기본급 | 포함 | 소정근로의 핵심 대가 |
| 정기상여금 (재직조건부) | 포함 (변경) | 2024년 판결로 포함 확정 |
| 직무수당·직책수당 | 포함 | 일률적·정기적 지급 시 |
| 근속수당 | 포함 | 근속연수에 따라 정기적 지급 |
| 식대 (전 직원 정기 지급) | 포함 | 실비변상이 아닌 정기급여 성격 |
| 성과급 (실적 연동) | 불포함 | 실적에 따라 변동하므로 대가성 부족 |
| 경영성과금 | 불포함 | 회사 실적에 따른 일시적 지급 |
| 숙직수당·당직수당 | 불포함 | 소정근로 외 추가 근로의 대가 |
정리하면, 기본급·정기상여금·직무수당·직책수당·근속수당·식대(정기지급형)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반면 성과급·경영성과금·숙직수당 등 실적 연동이거나 소정근로 외 대가인 항목은 불포함이다.
통상임금 시급 계산 방법
통상임금 시급은 월 통상임금을 월 소정근로시간으로 나눠서 구한다. 월 소정근로시간은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209시간이다.
계산식은 이렇다. 통상시급 = (기본급 + 정기상여금 월할액 + 직무수당 + 식대 등) ÷ 209시간. 기본급이 250만 원이고, 정기상여금이 연 600%(월할 50만 원), 직무수당 20만 원, 식대 20만 원이라면 통상임금 월액은 340만 원이고 통상시급은 약 16,268원이 된다.
이 통상시급으로 연장근로수당을 계산하면 1시간당 16,268 x 1.5 = 24,402원이다. 만약 회사가 기본급만으로 통상임금을 산정하고 있었다면 시급 차이가 상당히 크다. 250만 원 기준 시급은 11,962원이고 1.5배는 17,943원이니까, 연장근로 1시간당 6,459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FAQ
Q. 통상임금이 올라가면 퇴직금도 올라가나?
A. 퇴직금은 평균임금 기준이지 통상임금 기준이 아니다. 다만 통상임금 인상으로 연장·야간·휴일수당이 올라가면 평균임금도 함께 올라가므로 간접적으로 퇴직금에 영향을 준다.
Q. 회사가 통상임금을 기본급으로만 계산하면 불법인가?
A. 법적으로 통상임금에 포함되어야 할 항목을 빼고 계산하면 임금 미달 지급에 해당한다. 근로자는 차액을 청구할 수 있고, 3년 소멸시효 내 미지급분을 돌려받을 수 있다.
Q. 2024년 판결 이전에 퇴사한 사람도 소급 청구가 가능한가?
A. 소멸시효(3년) 내라면 가능하다. 다만 대법원은 신의칙(신의성실 원칙) 위반 여부도 별도로 판단하므로, 개별 사안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
Q. 통상임금 산정 시 비과세 식대 20만 원도 포함되나?
A. 비과세 여부와 통상임금 포함 여부는 별개다. 비과세 식대라도 전 직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세법상 비과세와 노동법상 통상임금은 다른 개념이다.